신인류 다이어트]요요현상, 조금씩 자주 먹어 극복
박용우·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입력 : 2005.11.01 18:06 13'

체중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독감에 걸려 며칠을 굶어도, 뷔페에서 배불리 먹어도 몸무게가 금방 변하지 않는다. 인체의 복잡하고도 정교한 시스템 때문이다. 이 시스템 퍼즐에서 결정적인 조각 하나는 지방 비축을 조절하고 배고픔 신호에 관여하는 ‘렙틴’ 호르몬이다.

김모(남·32)씨는 지난 1년 새 10kg이나 불었다. 살을 빼겠노라 독하게 결심하고 식사량을 줄여봐도 좀처럼 살은 빠지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식사량이 늘면서 지방이 쌓이면 렙틴의 분비가 늘어난다. 자연히 기초대사량이 증가하고 배고픔 신호는 약해진다. 하지만 ‘신인류’는 배고픔 신호가 없어도 먹는다. 습관적으로,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 받아서, 먹고 또 먹는다. 에너지 균형을 맞추려고 렙틴이 아무리 열심히 신호를 보내도 지출(신체활동)은 늘지 않고, 수입(음식섭취)은 줄지 않으니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뇌는 일정하게 유지하려던 체중의 ‘셋팅 포인트’를 슬그머니 올려 놓게 된다. 김씨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생체 신호를 되찾아야 한다. 다음엔 현재의 셋팅(과체중) 포인트를 유지하려는 우리 몸의 본능을 다스려야 한다. 마지막은 어렵게 낮춘 셋팅(정상 체중) 포인트를 유지하는 것이다. 생체 신호 중 먼저 배고픈 신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김씨에게 일주일 동안 아침·점심 식사량을 평소의 반으로 줄이도록 했다. 생리적인 배고픔 신호에 익숙해져야 ‘가짜 배고픔’을 구별하고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엔 식사를 최대한 천천히 하면서 포만감 신호를 느끼게 했다. 뇌가 충분히 음식을 섭취했다고 느끼는 데는 20분 정도 걸린다. 식사 후에도 몸이 무겁지 않고 속이 편안해야 적당히 먹은 것이다.


▲ 박용우·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식사량을 줄이면 렙틴 분비가 줄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시작한다. 기초대사량은 떨어지고 배고픔 신호가 강하게 나오는 이런 본능적 반응을 잘 극복해야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다. 방법은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다. 한번에 먹는 양을 대폭 줄여 하루 5~6끼니를 먹는다. 이렇게 하면 몸은 위기감을 덜 느끼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배고픔 신호와 배부름 신호에 충실히 따르면서 하루 3~4끼 식사로 적응해 간다. 동시에 하루 30분 정도 빠르게 걷기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 인슐린과 렙틴의 작용을 개선시켜 ‘셋팅’을 낮추는데 훨씬 유리하다.

신인류 다이어트는 내 몸의 신호를 귀담아 듣고 따르는 데서 출발한다. 배 고프면 먹고, 배 부르면 수저를 놓는다. 이 간단한 법칙이 평생 건강을 지켜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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