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혹시 과일과 야채의 껍질을 정성껏 벗겨서 먹었다면 이제부터는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껍질을 벗겨서 먹는 것보다는 오히려 통째로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경우 과육보다는 껍질에 비타민이나 항암물질 등 영양분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왕립의학회의 '음식과 건강 포럼' 전 회장인 마릴린 글렌빌 박사는 "모든 과일과 야채는 '바이오 시너지' 효과, 즉 각 부분의 영양학적 이점이 서로 보완되면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무심코 버리는 껍질과 씨가 사실은 영양분의 보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 데일리메일 > 이 소개한 통째로 먹을 때 더 보약이 되는 과일과 야채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키위=털이 숭숭 난 키위 껍질은 쉽게 먹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키위 껍질에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항암, 항염증, 항알러지 성분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특히 항산화물질은 과육보다 무려 세 배가량 많다. 신체 저항력을 높여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 대장균과 싸우는 데도 효과적이다. 

☞먹는 방법: 일반 키위의 껍질이 너무 시큼하고 거북하다면 보다 부드러운 골드 키위를 먹도록 한다. 골드 키위는 일반 키위보다 더 달콤하고, 껍질에 털이 적으면서도 영양분 함유량은 동일하다. 그래도 껍질을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믹서에 갈아서 주스로 마신다. 

파인애플=물론 제아무리 튼튼한 치아를 지녔다고 하더라도 뾰족한 가시가 돋은 딱딱한 파인애플 껍질을 먹을 순 없는 법. 파인애플의 핵심 영양분은 다행히 껍질이 아니라 줄기에 있다. 파인애플 줄기에는 섬유질과 비타민 C가 풍부하며, 무엇보다도 단백질 분해 효소인 브로멜라인이 과육보다 두 배나 풍부하다. 때문에 특히 고기를 즐길 때 후식으로 먹으면 소화를 돕는 데 좋다. 또한 항염증 작용도 하기 때문에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제 역할도 겸한다. 

☞먹는 방법: 줄기를 꽉 눌러서 으스러뜨린 다음 스무디를 만들어서 마시면 좋다. 

브로콜리=브로콜리의 꽃 부분도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단단한 줄기를 함께 먹을 때 더욱 진가가 발휘된다. 브로콜리 줄기는 비록 맛은 없지만 칼슘과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수용성 섬유질이 많아서 포만감도 오래 지속되어 다이어트에도 좋다. 

☞먹는 방법: 줄기를 가늘게 채 썬 후 프라이팬에 볶거나 쪄서 먹는다. 

바나나=바나나 껍질에는 세로토닌이 풍부하기 때문에 특히 우울한 기분을 경감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루테인이 많아서 눈 건강에도 좋다. 백내장이 걱정된다면 바나나 껍질을 많이 먹을 것을 권장한다. 

☞먹는 방법: 바나나 껍질을 10분 동안 푹 끓인 다음 찬물에 넣어 마시거나 믹서에 갈아서 마신다. 

마늘=마늘 껍질에는 페닐프로파노이드라는 항산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마늘을 통째로 먹으면 노화 예방에도 좋고 심장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먹는 방법: 올리브 오일을 뿌린 다음 구워서 껍질째 먹는다. 

오렌지=슈퍼 플라보노이드라고 불리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오렌지 껍질을 먹으면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수치는 유지되면서도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수치는 낮아진다. 또한 항산화물질이 오렌지 주스보다 20배가량 더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중에서 파는 주스보다는 그냥 오렌지를 먹는 것이 좋다. 또한 껍질 안쪽에 붙어 있는 하얀 부분에는 식이섬유인 펙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먹는 방법: 껍질을 말린 후 강판에 갈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음식에 뿌려 먹으면 상큼한 향이 나서 좋다. 또는 오렌지를 통째로 믹서에 갈아서 주스로 마셔도 좋다. 

호박=호박에는 피부와 손톱 건강에 좋은 아연이 풍부하다. 또한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도 풍부하기 때문에 심장병과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호박 껍질을 그대로 먹기에는 너무 질기기 때문에 가능한 얇게 껍질을 벗겨서 먹을수록 좋다. 또한 호박씨에는 뇌건강에 좋은 지방산과 오메가6가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씨를 버리지 말고 함께 먹도록 한다. 

☞먹는 방법: 호박씨를 따뜻한 물에 씻은 다음 올리브유를 뿌려서 20분간 굽는다. 샐러드나 수프에 뿌려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나서 좋다. 

감자=감자 껍질에는 사실 감자의 핵심 영양분이 모두 함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먹만 한 감자의 껍질에만 식이섬유, 칼륨, 철분, 아연, 비타민 C의 하루 권장량의 절반 정도가 함유되어 있다. 심지어 오렌지보다 비타민C가 더 많기 때문에 감기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먹는 방법: 껍질째 굽거나 삶아 먹는다. 아니면 삶은 다음 으깨서 먹거나 껍질까지 통째로 썰어서 올리브유에 구워 먹어도 좋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