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진화중?'

‘취중진담’이 갑자기 들린다. 김동률(34)을 만나기 전만 해도 그렇지 않던 그 노래가 귓가를 내내 맴돈다.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 나.” 차가운 술 한 잔에 힘을 빌려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이 가사는 90년대 말 김동률이 ‘전람회’로 활동할 당시 인기를 모았던 ‘취중진담’이라는 곡속에 있다.

곡을 듣고 있으면 속 타는 남자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반대로 남자의 고백을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마치 한 편의 영상을 보는 듯 한 가사와 멜로디는 김동률을 15년간 음악인생을 걸을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다.

김동률에게 과거 추억과 풍경을 더듬는 ‘노스탤지어’가 없었다면 ‘이방인’ ‘기억의 습작’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등 주옥같은 곡들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만큼 김동률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초능력이 있다. 그는 그 능력을 모두 음악에 쏟아 붓고 있다. 그리고 그의 노래는 무엇보다 회화적이다.

“음악의 서정성에 신경을 많이 써요. 마치 풍경화를 보는듯 한 느낌들. 노래를 들으면서 자기 고백과 옛 추억들을 더듬어 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느껴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죠”

그가 말했듯 김동률표 노래를 부르거나 듣고 있노라면 과거 회귀적으로 돌아간다. ‘과거 나는 어땠지. 어땠을까’라는 추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노래들이 대부분 과거지향적이다고 했더니 덜컥 그는 “맞아요. 전 과거 지향적이에요”라고 맞장구친다.


그렇다고 ‘이 사람 세상사가 어떻게 빠르게 급변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구나’라고는 단정 짓기에 섣부른 것 같다. 김동률은 지난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꿈속에서’로 대상을 차지한 뒤 데뷔해 지금까지 15년간을 노래했다.

세월만 놓고 치자면 그는 20~30대 청춘을 모두 음악에 받친 셈이다. 그의 노래를 두고 평가절하 하는 사람도 없다. 다만 조금 변화를 주면 어떨까 조언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다고 했다.

지난 2004년 3월 4집 ‘토로’ 발표 후 김동률은 최근 5집 ‘모놀로그’를 발표할 때까지 4년간의 공백기를 뒀다. 2005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년 8개월간 KBS 2FM 라디오 ‘뮤직아일랜드’를 진행한 탓도 있지만 조금 더 좋은 대중음악을 만들려 노력했기에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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